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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 주택’이라는 개념은 최근 한국 사회에서 주거의 공공성과 접근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며 주목받고 있는 새로운 주거 대안입니다.
이것은 문자 그대로 1만 원이라는 상징적인 금액에 주거를 제공하거나, 그에 준하는 극저가 임대료로 사회적 약자에게 안전한 거처를 제공하는 모델을 의미합니다.
일본의 ‘1엔 주택’을 모티브로 하되, 한국의 인구 구조, 주거 불균형, 빈집 문제를 반영한 방식으로 재해석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한국에서 실제 운영 중이거나 추진 중인 만원 주택 사례들을 중심으로, 그 의의와 한계, 그리고 정책적 과제를 분석하여 안내하겠습니다.
만원 주택의 개념과 등장 배경
만원 주택은 단순히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는 것을 넘어서, 사회 전체의 ‘유휴 자산’을 복지 자원으로 전환하는 정책적 실험입니다.
특히 지방 중소도시나 낙후된 주거지의 빈집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자산을 활용해 청년, 고령자, 저소득층 등 주거 취약계층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한국에서는 수도권을 제외한 많은 지방도시에서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빈집이 급속히 늘고 있으며, 방치된 빈집은 화재 위험, 범죄 가능성 등 각종 사회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지자체와 민간단체는 이런 빈집을 리모델링해 새로운 거주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사례1: 서울 성북구 ‘만원 임대주택 프로젝트’
서울 성북구에서는 2021년부터 사회주택 운영 단체인 ‘동네정비단’과 함께 ‘만원 임대주택 프로젝트’를 운영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장기간 방치된 소형 단독주택을 리모델링한 뒤, 청년 1인 가구에게 월 임대료 1만 원에 제공하는 형식입니다.
이 모델은 성북구청이 지역의 공실 데이터를 제공하고, 민간단체가 리모델링과 운영을 맡는 협력 모델로 진행되며, 입주자 선정은 주거취약도, 소득, 직업 유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됩니다.
주거 공간은 평균 6평~8평 규모의 소형 주택이며, 보일러, 창호, 주방, 화장실 등을 전면 교체해 쾌적한 주거 환경을 제공합니다. 또한 입주자에게는 주거관리 교육, 지역 활동 연계 프로그램도 제공되어 단순 거주를 넘는 ‘삶의 재설계’ 기회를 제공합니다.
사례2 : 군산시 ‘리빙랩형 빈집 프로젝트’
전북 군산시는 2022년부터 ‘리빙랩형 빈집 활용 프로젝트’를 통해 유사한 모델을 운영 중입니다. 군산시는 도시재생뉴딜 사업과 연계하여 장기 방치된 구도심 빈집 20여 채를 매입하거나 리스한 뒤, 청년 창업가, 예술가, 1인가구 등을 대상으로 리모델링된 공간을 월세 1만~5만 원 수준으로 제공합니다.
이 사업은 ‘청년이 이끄는 지역재생’이라는 목표 아래 진행되며, 입주자는 단순 거주뿐 아니라 마을 활동, 소규모 창업, 커뮤니티 프로그램에 참여할 것을 전제로 합니다.
실제로 한 입주 청년은 빈집에 입주한 뒤 마을 북카페를 열어 주민들과 교류하며 새로운 커뮤니티 거점을 만들었습니다. 군산시는 향후 이 모델을 구도심 전체로 확산할 계획입니다.
사례3 : 부산 동구 ‘지혜의 집’ 프로젝트
부산 동구에서는 2023년부터 ‘지혜의 집’이라는 이름으로 고령자 대상 저가 임대주택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고독사 위험이 높은 1인 고령자에게 공실 주택을 제공하고, 월 1만 원 임대료에 입주하도록 유도합니다.
입주자들은 일정 시간의 봉사활동(마을 청소, 어린이 돌봄 등)을 통해 주거 공간을 유지하게 되며, 관리인은 복지사와 지역 봉사단체가 공동으로 맡아 고령자의 건강과 안전도 함께 관리합니다.
해당 모델은 단순한 주거 제공을 넘어서, 지역 내 세대 통합과 돌봄 커뮤니티 구축을 병행함으로써, 고령사회 대응형 주거 모델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사회적 효과와 기대 성과
이러한 만원 주택 모델은 다양한 측면에서 사회적 효과를 발휘합니다.
1. 주거 안정성 확보 : 주거비 부담이 극단적으로 낮아짐에 따라, 청년·노인 등 취약계층의 주거 불안정 해소에 직접적인 도움을 줍니다.
2. 빈집 문제 해결 : 방치된 빈집을 활용해 범죄 및 화재 위험을 줄이고, 도시미관과 지역 이미지 개선에 기여합니다.
3. 도시재생 촉진 : 소외된 지역에 사람이 다시 살기 시작하면서 상권 회복, 사회적 관계망 재구축 등 지역 활성화로 이어집니다.
4. 공동체 기반 주거문화 정착 : 입주자들이 단순히 거주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사회에 기여하고 참여하는 구조를 통해 공동체성을 회복합니다.
정책 확산을 위한 과제
물론 만원 주택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선결되어야 합니다.
첫째, 빈집의 소유권 문제 해결이 중요합니다.
현재 많은 빈집은 상속 미정리 상태이거나 소유자가 연락되지 않아 행정적 개입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둘째, 리모델링 비용의 안정적 확보가 필수입니다.
국비, 지방비, 민간 후원을 통한 재원 다변화가 요구됩니다.
셋째, 입주자 선정의 공정성과 지속가능한 운영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수요 대비 공급이 적어 갈등이 발생할 우려가 있으며, 관리 운영 주체의 전문성도 요구됩니다.
넷째, 장기적으로 공공임대주택과 어떻게 역할 분담을 할 것인가에 대한 정책 설계가 필요합니다.
만원 주택은 ‘틈새 복지’ 모델로 활용될 수 있으나, 주택 복지 전체의 구조 안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지는 향후 정책 방향에 달려 있습니다.
결론 : 한국형 주거 복지의 진화
만원 주택은 한국의 주거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이자, 새로운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청년, 고령자, 저소득층 등 다양한 주체들이 안정적인 주거를 기반으로 삶을 설계할 수 있게 하는 구조는 단순히 ‘저렴한 집’을 넘는 가치가 있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시도가 제도적으로 자리 잡고, 더 많은 지역에서 확대된다면 한국의 주거복지는 보다 입체적이고, 사람 중심적인 방향으로 진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만원’이라는 상징적 금액 안에는 사람을 살리고, 지역을 살리고, 사회를 바꾸는 힘이 담겨 있습니다.